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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30년이 지났습니다. 이제라도 역사적 진실을 밝혀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 말은 1975년 인민혁명당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이 있은 지 불과 17시간 만에 사형이 집행된 하재환(당시43세)씨의 부인 이영교(71)여사의 피맺힌 절규다. 그의 울부짖음이 아니더라도 역사적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 암울했던 시절의 무쳐졌던 진실들은 피나는 노력 없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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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의 논설위원
2005.04.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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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부동산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다시는 이 땅에 부동산 투기가 발붙일 수 없을 것이라고 기염을 토한다. 참말로 그랬으면 왜, 아니 좋으랴 마는 최근에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땅 이야기들은 투기와 부동산정책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자아내게 한다. 우리가 투기억제정책이라는 말을 들은 게 한두 번이었을까. 요즘 들어 고위공직자들의 땅 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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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의 논설위원
2005.03.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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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보는 조상의 명예를 드높여 가문을 빛낼 수 있는 유일한 기록이다. 우리조상들은 족보를 신성시하는 것을 양반의 후손임을 증명하는 양반증명서 쯤으로 여기며 살아왔다. 풍수설에 따라 조상의 무덤을 써야 자손이 번성한다는 속설이 오랜 역사의 흐름에도 쉽게 변하지 않는 것과 같이 족보와 조상의 묘는 그 맥락을 같이해 오고 있는 것이다. 조상의 묘를 명당에 쓰고 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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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의 논설위원
2005.03.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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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는 6.5 재 보궐선거하며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튀어나와 우리를 아리송하고 헷갈리게 했던 한해였다. 아리송하고 헷갈리는 일들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으나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자칫 착각에 빠져들거나 정신이 해이해지기 일쑤다. 아리송하고 헷갈리는 일을 자주 대하는 건 매우 불행한 일이다. 그러기에 어떤 일이든 매듭을 짓고 넘어가야 한다. 아리송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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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의 논설위원
2005.0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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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추의 여지가 없이 들어선 관중, 야구시합은 절정에 이르렀다. 투수가 공을 던지고 주심이 아웃판정이 내려지는 순간 해설자의 빠른 해설이 이어졌다. “타자의 선구안이 대단하네요.” 해설자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일루로 달려가는 타자에게 찬사를 보냈다. 이사 만루, 다음 타자가 홈에 들어섰다. 해설자는 타자의 선구안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투수가 던진 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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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의 논설위원
2005.0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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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으로 법과 술의 힘겨루기에서 법이 술을 이긴 적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개혁과 개방의 기치를 들고 냉전시대를 종식시킨 ‘고르바쵸프’도 러시아인들의 음주문화에는 두 손을 들고 말았다. 영하 40도가 아니면 추위가 아니고 ‘알코올’ 도수 40도가 넘지 않으면 술이 아니라는 러시아인들에게 금주령이나 다름없는 술 판매시간제한조치를 내렸으니 그 여파가 어떠했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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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의 논설위원
2004.12.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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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령가는 한달한달 순서대로 한 해의 기후나 의식, 행사 따위를 읊은 가사다. 그 대표적인 것이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다. 이 농가월령가는 조선후기의 실학자인 정약용의 아들 정학유(丁學游)가 지은 장편가사다. 농가월령가는 정월부터 십이월에 이르기 까지 머리노래를 합하여 13장으로 되어 있다. 조선 헌종(憲宗) 대에 농가에서 겪어야 하는 일년 동안의 파종과 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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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의 논설위원
2004.1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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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손자 보았는가.” 이 말은 우리또래가 심심찮게 건네는 인사말이다. 예전에야 우리나이 쯤 이면 으레 손자 서넛은 보았을 터인데 요즘은 그게 아니다. 서넛은 고사하고 한둘 보기도 쉽지 않다. 손자 보기가 쉽지 않다는 건 손자 드문 시대에 살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며느리 나이 서른다섯이 낼 모랜데 아이 가질 생각을 않으니” 손자 못 본 친구의 푸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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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의 논설위원
2004.1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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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시오 벗님네들, 나 한라산도 이제 한목소리를 낼 때가 된 것 같소. 한동안 잠잠하던 케이블카설치문제가 곧 결정이 난다는 말을 듣고 왈칵 분노가 치솟는 구려. 그래서 착잡한 심정을 가눌 길 없어 큰맘 먹고 쉰 목을 가다듬었소. 이 문제가 어제 오늘에야 불거져 나온 일이 아님은 나 한라산도 잘 알고 있소. 그러기에 이제 와서 한 목소리를 내려함이오. 여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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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의 논설위원
2004.1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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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돌아가는 게 하도 아리송해서 자네에게 진작 글을 쓰는 걸 머뭇거리는 우를 범하고 말았네. 그러니까 지난 시월 어느 날, 행정수도 이전 특별법이 헌재에서 위헌결정 나던 날이었네. 수도이전을 결사반대한다고 침을 튕기던 자네 목소리가 귓가를 맴돌더군. 자네가 그토록 수도사수에 열을 오린 결과라고나 할까, 서울은 육백 년 고고한 전통을 탈 없이 견지하게 되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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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의 논설위원
2004.1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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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가을정취는 억새의 향연(饗宴)이 우선한다. 억새의 은빛 물결이 넘실대는 이 가을을 무어라 말과 글로 표현할 것인가. 온 들녘에 가득한 억새는 제주의 만추를 알리는 전령사다. 오름에 올라 내려다보는 억새의 물결은 가히 가을정경의 압권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다. 억새는 볏과의 다년생 풀로 높이는 1~2미터 쯤 자라고 잎은 긴 선 모양으로 7~9월에 갈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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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의 논설위원
2004.10.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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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 올해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추석은 찾아왔습니다. 세상 돌아가는 게 하도 을씨년스러워 추석을 맞는 마음이 영 개운치 않습니다. 그래도 어쩝니까. 명절은 지내야지요. 작년만 해도 추석 차례상 차리는 게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었습니다마는 올해는 사정이 예년 같지 않다고 입들을 모으고 있습니다. 어머님 살아생전에 그렇게 좋아하시던 날 옥돔으로 갱(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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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의 논설위원
2004.10.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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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란은 뿌리와 줄기를 식용으로 하는 아열대성 식물이다. 그 중에 알토란은 너저분한 털을 다듬어 깨끗하게 손질한 토란을 말한다. 금방 식용으로도 가능하고 누구에게나 선물을 해도 손색이 없는 게 알토란이다. 우리는 돈과 관계된 말을 할 때 알토란같다는 말을 가끔 쓴다. 같은 말이지만 알토란같은 돈의 개념은 천차만별이다. 가진 자와 못가진자가 확연히 구별되고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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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의 논설위원
2004.09.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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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수는 내리고 값은 올리고, 이 말은 수수께끼가 아니다. 그렇다고 스무고개도 아니다. 우리와 벗하며 애환을 달래고 아등바등 서민들과 아우러져 톱니바퀴를 맞물려 돌려온 이 땅의 소주 이야기다. 우리가 지금의 희석 식 소주에 맛 드리기 시작할 때, 아니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소주의 알코올 도수는 25도였다. 그 25도를 우리는 소주의 기본 도수인 줄 알고 오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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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의 논설위원
2004.08.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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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담항설(街談巷說)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거리나 항간에 떠도는 소문이라고 풀이되는 말이다. 소문은 낮은 목소리로 수군거리는 “하더라” 수준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 이 “하더라” 수준의 말 중에는 듣고 싶은 말이 있는가 하면 듣고 싶지 않는 말이 있다. 말을 들을 때 듣고 싶은 말만 골라 들을 수 있다면 그 보다 좋은 일이 있으랴마는 그러지를 못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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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의 논설위원
2004.08.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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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역전이라는 말은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이는 말은 아니다. 사람들은 인생을 역전시키는 일이 쉽지 않음을 알면서도 인생역전에 대한 꿈을 꾼다. 인생역전, 그 것은 천지개벽이나 다름없는 큰 사건이다. 우리들 기억에서 쉽게 잊혀지지 않는 인생역전의 단초는 흥부전(興夫傳)이 그 시초가 아닐까한다. 흥부전은 조선후기의 판소리계통의 민담을 체계화한 소설로 작자와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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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의 논설위원
2004.07.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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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조 정 의여름철은 맛에 대하여 신경을 써야 되는 계절이다. 자칫 구미에 맞지 않는 음식 때문에 식상하게 되기 일쑤인 게 여름철이다. 입맛에 맞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 그 것은 행복의 한 조건이다. 입맛을 가린다는 것은 엄두도 못 내고 아무거나 배만 채우면 되는 시절을 견뎌온 세대들 앞에서 입맛을 논한다는 건 사치스럽게 보일지도 모르나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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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의 논설위원
2004.06.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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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필 가 조 정 의 소주 한 잔합시다. 이 말은 친근감을 내포한다. 서로가 적조(積阻)하게 지낼 때 먼저 소주 한 잔합시다, 하고 전화를 걸게 되면 그 것이 곧 소원함을 풀고 감정을 털어놓게 된다. 소주 한 잔의 위력은 다양한 감정을 유발한다. 요즘은 대포 한 잔합시다, 라고도 하지만 소주 한 잔 합시다가 한결 편하게 받아드려진다. 아무튼 소주는 우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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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의 논설위원
2004.06.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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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필 가 조 정 의 팔랑개비는 장난감이다. 이 장난감은 빳빳한 종이를 여러 갈래로 잘라 귀를 접어 한데 모으고 철사 따위로 꿰어, 가늘고 길쭉한 막대에 붙여서 바람이 불면 빙빙 돌아가게 만든 것이다. 이 팔랑개비를 바람개비라고도 한다. 지금은 초등학교 앞이나 골목길에서 팔랑개비를 돌리는 아이들을 대하기가 쉽지 않지만 우리가 어릴 적에는 이것을 손수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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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의 논설위원
2004.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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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조 정 의우리나라 대중가요의 노랫말 중에 수위를 차지하는 말이 사랑과 눈물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나이가 육십 대를 넘긴 이들은 눈물과 연계되는 노래를 곧잘 부른다. ‘목포의 눈물’이나 ‘나그네 설움’등 눈물로 이어지는 노래가 한 시대를 풍미(風靡)했는데, 그 후에 불려진 노래도 눈물이라는 말이 단연 으뜸을 차지하는 건 불문가지다. 이렇듯 눈물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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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의 논설위원
2004.05.17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