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싶은 제주Ⅱ]
5살 아들과의 제주살이 친절한 주민에 ‘활기’
습한 날씨 적응 어려워도 이주 욕심 못 버려

이주영씨와 그의 아들. 이씨의 아들에게는 제주 자연의 모든 것이 훌륭한 놀이터가 된다
이주영씨와 그의 아들. 이씨의 아들에게는 제주 자연의 모든 것이 훌륭한 놀이터가 된다

제주살이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3.제주한달살기 이주영씨


학원 강사로 아이들을 가르치던 이주영(48·경기 용인)씨는 늦깎이 임신으로 퇴직하면서부터 지금껏 엄마의 삶을 살고 있다. 제주매일이 시행하는 제주한달살기 프로그램을 계기로 지난 8월 16일부터 약 석 달이 지난 지금까지 자녀와 함께 제주에 머무르고 있다. 이씨는 이곳에서의 새로운 미래도 현재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이씨는 다섯 살배기 아들과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에 머무르고 있다. 자신이 했던 일과 같은 일을 하는 남편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제주살이에 동참하지 못했다.

이씨가 그동안 홀로 낯선 곳에서 지내본 적이 없었던 터라 그의 남편도 이씨가 제주살이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것 아닐까 크게 우려했다. 하지만 이씨는 의외로 적응이 빨랐고, 그의 아들 또한 자연을 벗 삼아 마음껏 뛰어놀며 한없이 기쁜 나날을 보냈다.

평소 도시민과 거리를 뒀던 그였지만, 이제는 제주에서 지역민이 주는 ‘이웃사촌’의 의미도 조금씩 깨닫는 중이다.

▲제주매일이 시행하는 제주한달살기 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된 계기는

제주를 자주 찾는 친구의 추천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당시 저는 아이를 돌보고 강아지도 키우고 있다 보니 그 친구의 추천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종종 SNS에 친구가 제주에서의 일상을 올리는데 그게 마음을 움직이는 시발점이 됐던 것 같아요.

▲제주에서의 일상이 궁금하다. 하루하루 어떻게 보냈는가.

대부분의 시간을 제주 동쪽에서 보냈는데, 아이와 함께 숲과 오름을 특히 많이 다녔어요. 요즘 당근마켓과 같은 SNS 커뮤니티가 잘 돼 있다 보니 뜻이 맞는 엄마들과 공동육아 형식으로도 많이 다녔습니다. 최근에는 미술체험 프로그램도 예약했어요. 그런데 굳이 체험을 하지 않더라도 워낙 아이가 뛰어놀 환경이 잘 갖춰져 있다 보니 그냥 이곳저곳 마음껏 뛰어놀게 했던 것 같아요.

▲제주살이가 주는 의미는 무엇인지.

제가 아이랑 뭔가 특별한 일을 하지 않아도 같이 보고 느끼고 즐기면서 받는 여기만의 영감 같은 게 있어요. 특히 제가 시골 생활을 안 해봐서 그런지 원래 살던 곳에서는 전화기에 저장된 주민 연락처라고 해봐야 아파트 경비아저씨 정도가 전부였는데, 여기서는 빵집 이모부터 수선집 할아버지까지 이웃들이 저장돼 있어요. 제주에서 따로 그룹으로 모아둔 연락처가 점점 늘어가는 중이에요. 가끔 누군가가 우리 삶에 잠깐 머물다 가는 것처럼 저도 이분들의 삶에 잠깐 스며드는 느낌. 그것이 저에게 큰 여운을 남겨요.

▲제주살이 중 불편했던 점은 없었는지?

기름값과 항공료가 비싸다는 것 외에는 교통도 원활하고 대부분 다 괜찮았습니다. 아이와 함께여서 그런지 마을 주민들 모두가 저희를 친절히 대해주세요. 그런데도 불편한 점이 있다면 기후를 꼽고 싶어요. 제가 늦게 아이를 낳다 보니 몸이 조금 예민해진 편이에요. 여름철 제주가 워낙 습한데, 이 부분이 저하고는 조금 맞지 않았어요. 한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대기업 브랜드들의 A/S 서비스 품질이 다른 지역과 비교적 떨어진다는 걸 깨달았어요. 개인이 운영하는 사설업체의 경우는 굉장히 친절하고 응대도 빠른 편인데, 대기업이 오히려 더 불편했어요.

▲그동안 제주 이주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

사람들은 저마다 제주 이주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저는 제주에 대해 그동안 그런 마음을 가져본 적이 없었어요. 이번 프로그램도 사실 전혀 기대하지 않고 참여했어요. 그런데 직접 여기 와서 살다 보니 살아지더라고요. 특히나 아이가 너무 좋아했어요. 저희가 살던 곳에서는 아이가 마음껏 뛰놀 곳이 마땅치 않아요. 그런데 여기에는 아이가 맘 놓고 뛰어놀 곳이 사방에 널려 있었어요. 심지어는 동네 초등학교마저 훌륭한 놀이터가 돼요. 아들이 어찌나 이곳이 좋았는지, 언제부터인가 아빠에게 ‘거기는 아빠 집이고 여기는 우리 집이야’ 그러더라고요.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혹시나 아이가 이곳에서 잘 적응하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스럽긴 합니다만, 향후 남편과 제주 이주를 논의해보려고 해요. 많은 이들에게도 이런 뜻깊은 기회가 앞으로 많이 주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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