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영월 상동읍 과거 인구 2만에서 1000명 이하 뚝
자급자족 미니멀 라이프 추구 밭 일구며 유동인구 확대

밭멍 김지현씨
밭멍 김지현씨

살고 싶은 제주Ⅱ. 제주살이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16. 밭멍 김지현씨


강원도 영월군 상동읍은 1960-70년대만 하더라도 국내 최대 텅스텐 매장지로서 국가경제의 중추적 기능을 담당하며 눈부신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1990년대 상동광산이 중국산에 밀려 문을 닫게 되자 마을도 줄곧 쇠락했다.

한때 상주인구가 3만명에 달했던 상동읍은 현재 전국 ‘읍’단위 마을 중 가장 적은 인구 1000명대 아래로 주저앉았다. 웬만한 ‘리’급 단위의 인구와 비견되는 수준이다.

폐허가 되다시피 한 이 마을은 최근 변화를 위한 생태농업 바람이 새롭게 일고 있다. 그 중심에는 청년마을 ‘밭멍’의 창업자이자 대표인 김지현씨가 있다.

“한때 우리 마을에선 ‘어딜 가나 동네 개도 만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녔다’는 말이 있을 만큼 번창했어요. 그래서 저희에게는 인구 1000명이라는 이 숫자가 굉장히 상징적이죠. ‘내년에는 어떻게든 인구를 1000명 이상으로 늘려보자, 앞으로도 1000명 이하로는 떨어지지 않도록 우리가 역할을 해보자’는 이야기를 저희는 하고 있습니다.”

김씨는 전국 호텔을 누비며 13년간 호텔리어 생활을 이어왔다. 하지만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비보가 전해지면서 그는 유년 시절의 추억이 남아있는 상동으로 이주했다.

김씨가 상동에서 한 일은 퍼머컬처 농법을 통해 마을의 소멸을 막는 일이었다. 그래서 밭을 멍때릴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답게 만들어보자는 의미에서 ‘밭멍’이라는 농업회사를 설립하기에 이른다.

퍼머컬처는 지속가능(Permanent)한 문화(Culture)라는 뜻으로 영속적인 농업 문화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류가 최초로 만들어낸 문화가 바로 농업(agri-culture)이라는 데서 비롯됐다.

그렇다고 단순 농법이 아닌 12가지 퍼머컬처만의 생태원칙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가두는 탄소농법과 같은 생태환경을 기초로 하고 있어 기후위기를 해결할 대안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저는 밭도 카페와 다를 바 없는 하나의 공간이라 생각해요. 건물 안의 인공조명보다 태양이 주는 햇빛이 더 예뻐요.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보다 자연에서 나는 새소리, 풀소리가 훨씬 더 아름답고요. 계절마다 건물이 줄 수 없는 이미지를 다양한 색감으로 연출하는 게 자연 공간인 밭이에요.”

김씨의 아버지는 살아생전 상동에서 마을의 전략 사업인 배추절임 공장을 운영했다. 이러한 아버지로부터 배추밭과 공장을 물려받게 된 김씨는 더 이상 절인 배추만으로는 마을 발전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부지를 전부 생태정원으로 가꾸기 시작했다.

“저희가 하고자 하는 건 자급자족 라이프를 실행해보고 실험하면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겁니다. 그래서 상동에 오는 친구들은 지역의 자원을 탐색하며 밭일도 해보고, 수확물로 음식도 만들어 먹는 이런 활동들을 해요. 밭이라는 자원을 다양하게 해석해보는 거죠.”

김씨가 처음부터 농사를 꿈꿨던 건 아니다. 밭일이라 하면 어릴 적부터 치를 떨었던 그였다. 하지만 퍼머컬처라는 용어를 접하면서부터 농사를 바라보는 그의 관점도 달라졌다.

퍼머컬처를 고안해 실천하는 서구권과 달리 아직까지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탓에 생소한 농법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 때문에 김씨는 사업 초기 여러 가지 우여곡절을 겪었다.

“제가 원래 대학에서 항공관광을 전공했어요. 그래서 농사와 관광을 어떻게 연결하면 좋을까 하는 마음에서 강원대학교 관광학과에 편입했죠. 그때 퍼머컬처라는 개념을 처음 알았죠. 퍼머컬처가 농업의 한 방법인데 행정부처에선 이에 대해 아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어요. 국내 사례도 별로 없다 보니 내가 해볼 수 있는 것도 별로 없었죠.”

김씨는 파머컬처를 배우기 위해 직접 영국으로 해외연수를 떠났다. 이를 토대로 상동에 맞는 퍼머컬처 디자인이 무엇일지 머릿속으로 그리고 또 그렸다. 그렇게 고안된 설계도를 토대로 지난해 5월 퍼머컬처 복합문화공간인 밭멍을 열었다.

밭멍은 단순히 먹고 사는 문제에 그치지 않고 버려진 자원들을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일까지도 추구하고 있다. 미니멀한 자급자족을 원하는 사람들이 상동읍에 모임으로써 단단한 사회적 네트워크를 형성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밭멍의 최종 목표이다.

“저희가 고객을 받기 시작한 지는 딱 1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어요. 밭멍이라는 이름이 하도 특이해서 사람들에게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죠. 찾아오시는 분들은 이곳에 뭔가 대단한 게 있는 줄 알았다고 늘 말씀하세요. 그런데 저희는 지금도 계속 실험하는 중이어서 정말 별것이 없어요. 대단한 거라면 가능성으로 똘똘 뭉친 청년들이 영월 상동이라는 곳에서 의기투합해 살아가는 것이라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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