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함께 회복 위해 찾은 제주서 ‘일년살이’ 꿈꿔
가을 오름 등 탐방 제주의 자연‧문화 등 진면목 교감
‘살아보난 좋아마씸’ 2025 제주 한달살이 18 박설빈‧장령씨
“제주는 힐링의 대명사와 같은 곳이에요. 저와 엄마의 요구를 모두 맞출 수 있는 환상적인 곳이기도 하구요.”
제주에서 한달살이를 하고 있는 박설빈‧장령씨는 회복과 재충전의 시간이 절실했다. 가족의 건강악화에 가족 구성원 모두가 몸과 마음을 모아야 했기 때문이다. 쉼이 필요했다. 가족 모두가 더 나은 생활과 안정적인 관계를 위해서도.
모녀여도 박씨와 장씨는 서로 요구가 달랐다. 엄마 장씨는 예전부터 산을, 박씨는 바다를 좋아했다. 모두를 만족하는 곳은 ‘제주’ 밖에 없었다. 박씨는 “‘힐링의 공간’으로 제주도를 떠올리게 됐다. 해외 여러 나라를 여행한 경험은 있지만 오히려 가까운 제주에는 자주 가지 못했다”며 “가끔 짧게 방문했을 때도 2~3일 머무는 일정이 전부였던터라 제주의 깊은 매력과 숨은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 아쉬움이 남았다”고 말했다. 이어 “한달살이를 통해 단순한 여행이 아닌 생활 속에서 제주를 온전히 경험하고 제주의 자연‧문화와 교감하며 마음을 회복했다”고 덧붙였다.
박씨와 장씨는 제주에 머무는 동안 구좌읍 송당리 동화마을과 월령리 선인장군락지, 풍차해안도로, 서귀포치유의숲, 김창열미술관을 방문해 김창열 화백 작품을 감상했다. 첫 주를 그렇게 보내고 2주차 부터는 제주의 가을을 오롯이 만끽할 수 있는 오름을 본격적으로 탐방했다. 박씨와 장씨는 백약이오름, 아부오름, 따라비오름, 거문오름 등을 차례로 방문하며 “제주 가을의 풍경과 깨끗한 공기를 마시며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는 시간을 보냈다”고 기억했다.
박씨와 장씨는 가장 기억에 남는 오름을 ‘따라비오름’이라고 기억했다. 장씨는 “따라비오름은 바람이 너무 심하게 불어 올라가는 내내 좀 힘들다고 생각했던 오름인데 중간 중간 고개를 들었을 때 눈앞에서 춤을 추는 억새밭이 너무 예뻐서 그 순간엔 힘든 걸 잊을 수 있었다”며 “그리고 정상에 도착했을 때 사방이 탁 트여서 속이 뻥 뚫리는 느낌이었다. 이때 사람들이 왜 오름을 오르는지를 알게 된 거 같았다. 바람만 심하지 않았다면 좀 더 앉아서 경치를 만끽하고 싶었던 오름이었다”고 회고했다.
박씨와 장씨는 제주에 살아보니 시내나 제주공항 부근이 아니면 도로에 차가 많지 않아서 좋았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특히 “저는 도시에 살다보니 차나 사람에 치여 살았는데 제주도는 엄청 유명한 곳이 아닌 이상 사람이나 차 때문에 피곤한 일은 없어 여유롭게 있을 수 있어 너무 좋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량속도가 시속 30㎞인 구간이 너무 잦아서 불편한 점도 있었다. 어린이 보호구역 등으로 인해 속도 제한구역이 많은 건 알지만 그 구간이 지나면 차들이 오히려 갑자기 속도를 올려서 오히려 더 위험하다고 느껴졌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번 한달살이를 계기로 ‘일년살이’를 꿈꾸게 됐다. 이방인처럼 머물기 보다는 제주 사람들 속에 섞여 도민들처럼 생활해보고 싶단 생각에서다. 박씨는 “주변인에게 제주 한달살이를 100% 추천하고 싶다”며 “2박3일이나 3박4일만 있다가 돌아갈 때와는 전혀 다른 제주를 느낄 수 있기에 적극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씨는 끝으로 “제주도를 생각하면 맑은 바다와 청량한 숲, 깨끗한 물과 공기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며 “이런 자연의 매력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제주를 찾는다고 생각한다. 물론 관광도시로서 다양한 랜드마크나 조형물이 필요하다는 점도 이해하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의 ‘균형’과 ‘규제’가 함께 이루어져야 할 시기라고 느껴진다”고 당부했다.
이어 “크고 화려한 건물들이 늘어나는 건 어쩔 수 없는 흐름이지만 그중 일부는 금속 자재를 사용해 시간이 지나면서 녹물이 흘러내리고 제주의 자연 풍경과 어울리지 않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근처에 풍성하게 핀 야자수와 녹이 잔뜩 슬어버린 건물의 조합을 보니 ‘이건 제주와는 조금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래의 제주를 위해서는 건축 자재나 외관에 대한 일정한 기준과 규제가 조금 더 세심하게 마련되면 좋겠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