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보난 좋아마씸’ 2025 제주 한달살이 ㉒ 최춘희씨 일행

교직 생활 마감 후 ‘인생 2막’ 세계자연유산 보고서 시작 계기
“매일 같이 강행군” 비경과 제주사람 인심에 감탄·만족의 연속

 

“‘매일 한 번은 흥분하자’를 실천하고 있지요.”

지난 19일 전화기 너머로 만난 최춘희 씨의 목소리는 밝게 빛나고 있었다. 최씨는 당시 전 직장동료인 김현숙, 허서복, 이희영 씨와 함께 비자림 등 제주도 동쪽을 다녀오는 중 전화를 받은 터였다.

강원도 강릉에서 교직 생활을 마감한 이들은 ‘인생 2막의 새로운 시작을 세계자연유산의 보고인 제주에서 자연친화적인 삶을 경험하고, 제주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공유해 봄으로써 앞으로 자연과 더불어 생활하는 즐거움을 발견해 보고 싶다’며 한달살이 프로그램에 지원했다.

이미 제주도에서 장기간 일정을 준비 중이었던 이들은 ㈜제주매일이 모집한 ‘2025 제주 한달살이’에 선정되자 계획보다 빨리 제주살이를 시작했다. 그리고 모임 이름인 ‘경심회’가 ‘깔깔 경심’이 되고, 제주도의 지인이 ‘요망진 깔깔 경심’이라고 별명을 지어줄 정도로 이들의 제주살이는 만족의 연속이었다.

제주살이가 너무나 기대에 부응하기에 이들은 “매일 같이 강행군”을 하고 있다. 보름이 넘는 기간 동안 방문한 곳만 수십 곳이 넘는다. 이날도 숙소가 있는 제주시 애월읍 납읍리에서 동쪽 비자림과 사려니숲길을 다녀왔다.

아침에 출발할 때 해가 났지만 5·16도로에 다다르니 안개가 끼고 비자림로엔 비가 내린 흔적이 남아있는 변화무쌍한 제주날씨는 신비롭기만 했다. “11월이라서 약간 걱정은 했는데 기우였다”며 “가는 곳마다 날씨 요정이 있다 할 정도로 날씨가 너무 좋았다”는 답이 나왔다.

이러한 제주의 모습은 그동안 학교 수학여행을 비롯해 수십 차례나 찾은 이들에게도 여전히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윗세오름을 올랐는데 병풍바위에 오백나한, 백록담(이 있는 한라산 정상부)의 모습이 완전 속살을 드러내서 아주 소리를 질렀다. 감탄을 연발하면서 너무 좋았다”고 할 정도였다.

‘제주사람의 인심’은 이들의 제주 한달살이를 더욱 즐겁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공무원 퇴직자 연수에서 만난 제주사람 2명은 이들에게 ‘송키(채소)’며 감귤을 가져다주는 ‘우렁 각시’ 역할을 하고 있다. 최씨는 “무와 배추 농사 지은 것을 뽑아다가 문 앞에 두고 간다. 한 분은 오리알도 갖다 놓고 호박도 따다 주신다”며 “귤은 매일 무제한으로 제공해 준다”며 웃었다. 3시간 동안 ‘알바’를 하면서 감귤 체험(?)도 해 이를 육지의 가족들과 친지들에게 보내기도 했다.

한 식당(최씨는 ‘제주 眞(진) 검정보리 마씸’이란 식당명을 꼭 넣어달라고 당부했다)에선 “‘너무 잘 왔다’라고 하면서 가래떡도 주고 미숫가루도 주고 인심이 아주 후하더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최씨는 “제주의 숨은 비경들에도 늘 감탄하지만 제주분들의 아주 친절함에 대해서도 너무 고맙게 생각한다”며 “만나는 사람들마다 어떻게 그렇게 친절한지 놀람 그 자체”라고도 했다.

“외지인이라서 어떤 동네에 들어갈 때 낯섦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런 건 하나도 없고 너무 잘 지내고 있다”는 이들은 결국 “다음 기회엔 4월 고사리 철이 되면 고사리를 캐러 오자”는 마음을 먹게 만들었다.

이렇게 매일 감탄이 가득한 하루하루를 보내며 틈틈이 제주말도 배우며 지내기에 최씨 일행의 제주 한달살이는 그 어느 참가자보다 유의미한 시간으로 느껴졌다.

제주에서 한달살이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무엇일까. 이를 물었을 때 최씨는 “그냥 마음이고 용기인 것 같다”며 “제주에 가서 뭔가 새로운 경험을 좀 해보고 싶다, 이런 마음을 먹고 용기를 갖는 게 중요하지 다른 걱정할 것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최씨는 “마음만 먹고 용기만 있으면 한 달이 아니라 6개월, 1년이라도 지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부연한 뒤 “또 하나는 저희처럼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오는 게 중요하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조문호 기자

‘2025 제주 한달살이’를 즐기고 있는 최춘희씨 등 ‘경심회’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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