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보난 좋아마씸’ 2025 제주 한달살이 ⑰ 김성국씨

바쁜 일상속 동반 육아휴직으로 찾은 ‘시간의 여유’
가족이 만들어간 작지만 깊은 변화 “또 오고 싶어”

김성국씨는 두 자녀와 함께 바닷가에서 모래성을 쌓는 등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김성국씨는 두 자녀와 함께 바닷가에서 모래성을 쌓는 등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둘째 출산 후 바쁜 일상 속 잠시 멈춤이 필요했던 부부가 ‘시간의 여유’를 찾아 제주로 향했다.

인천에 거주하는 김성국씨 가족은 둘째를 출산하고 둘 다 육아휴직을 쓸 수 있게 돼 “가족이 함께 머물 수 있는 시간을 만들고 싶었어요”라고 했다.

“그때 제주매일에서 진행하는 한 달 살기 프로그램을 알게 돼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익숙한 도시의 속도를 벗어나 자연 속에서 가족 중심의 시간을 보내보기로 한 것이다.

숙소는 대정읍 무릉리로 잡았다. 조용하고 공기가 맑은 마을로 바다와 산이 모두 가까운 환경이었다.

“사전 준비를 꼼꼼히 한 건 아니었지만 아이들이 지내기 편한 집으로 정했어요. 막상 와보니 한적하면서도 자연과 가까워 만족스러웠습니다.” 

일상에서 벗어나 주변의 산과 들, 바다를 따라 걷는 그 자체로 새로운 일상이 시작됐다.

가족이 한 달간 제주에 머물며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여유로움’이었다.

“제주엔 여러 번 왔지만 늘 짧은 일정이었어요. 이번에는 오랜 기간 머물며 느리게 돌아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았죠.” 

바쁜 도시의 시간을 내려놓고 아이들과 함께 천천히 걷고, 쉬고, 바라보는 생활이 가능했다. 두 자녀(4살, 2살)와 함께하는 생활 중심에는 소소하지만 행복한 체험들이 있었다.

주말마다 열리는 다양한 지역 축제에도 참여했다. “광어 축제, 도새기 축제, 신석기 선사유적 체험 같은 행사를 아이들이 정말 좋아했어요. 평소 인천에선 이런 체험을 하기 어렵지만 제주에서는 가족이 함께 움직일 수 있었죠.”

최근엔 가족 중 한 명이 농사에 관심이 있어 감귤농가를 방문해 하우스를 둘러보기도 했다. 가족 모두에게 색다른 경험이 됐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숙소 근처 바다에서 야생 돌고래를 본 일이다.

“제주에 여러 번 왔지만 이런 광경은 처음이었어요. 일부러 보러 간 것도 아닌데 산책하다가 우연히 보게 됐죠. 그런 순간이 가장 특별했습니다.”

도심에선 만날 수 없는 자연의 선물이 가족 모두의 추억으로 남았다.

생활의 여유와 함께 도시와의 차이도 느꼈다. “인천에선 생업과 육아를 병행하느라 늘 쫓겼지만 제주에서는 시간이 느리게 흘렀어요. 대신 생활 인프라는 확실히 부족하죠.”

가장 가까운 마트도 차로 10분은 이동해야 하고, 교통량이 늘어나 이동 시간이 길어진 점은 불편했다고 한다.

“예전엔 1시간 거리였는데 이제는 1시간 20분쯤 걸리더군요. 신호도 많아졌어요.”

사람들과의 교류는 많지 않았지만 도민들의 친절함은 깊게 남았다.

“식당이나 카페에서 아이들이 있으니 다정하게 챙겨주셨고, 육지보다 서비스가 훨씬 따뜻했어요.”

그는 또 지역을 둘러보며 “노년층과 외국인 노동자가 많이 보여 제주도도 고령화 문제를 겪고 있다는 걸 실감했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전부터 제주에 대한 호감은 있었지만 이번 체류를 통해 그 마음은 확신으로 변했다.

“가족이 함께 머물며 느린 일상을 살아보니 제주가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삶을 되새기게 하는 공간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한 달 살기’를 하고 싶어요.”

제주로의 이주 가능성에 대해서는 “경제적 여건만 된다면”이라는 전제를 달았다.

“아이를 키우기엔 정말 좋은 환경이에요. 하지만 생업 기반이 많지 않아서 고민이 됩니다. 여건이 마련된다면 제주로 이주하고 싶어요.”

현실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가족의 희망은 분명했다.

한 달간의 체험을 마친 김씨는 “이런 프로그램 덕분에 지원도 받고 책자나 행사 안내를 통해 제주를 더 깊이 알게 됐습니다”라며 “가족이 함께한 시간은 소중했고 일상으로 돌아간 뒤에도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것 같습니다”고 전했다.

잠시 머문 섬의 한 달이 김성국씨 가족에게는 인생의 속도와 방향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로 남게 됐다. 우종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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