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보난 좋아마씸’ 2025 제주 한달살이 ⑲ 윤은주씨
제주의 하늘과 바다, 산에 감탄…주말부부라 부족했던 아이와의 시간에 집중
온몸으로 제주 느끼는 아이 모습 벅찬 기쁨…두터워진 가족관계 근심 사라져
“엄마, 아빠~ 어린이집 안 가고 여기 있으니깐 너무 행복해~ 사랑해!”
가족과 함께 지난달 10일부터 이달 9일까지 제주 한달살이에 나선 윤은주(37)씨가 전한 4살 딸아이의 소감이다. 윤씨 가족이 한달살이에 도전한 것도 아이를 위해서다. 윤씨 가족은 지난 2022년 아이가 태어났지만 얼마 안돼 남편이 2년간 서울로 발령나며 주말부부 신세가 됐다.
“주말부부다 보니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부족했어요. 만나도 짧은 시간만 허락돼 아이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었죠. 저 역시 여유가 없어 아이에게 더 많은 사랑과 관심을 주고 싶어도 충분히 표현하지 못해 늘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그는 그동안 부족했던 가족만의 시간을 회복하고 아이에게 오롯이 집중하며 함께할 수 있는 기회가 간절했다. 그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 거제에서 오래 살다 부산으로 이사했지만 바다가 지척에 있다보니 제주와 큰 차이는 없다고 생각했다는 그. 하지만 제주에 별장을 마련한 친구의 초대로 제주만의 새로운 매력에 눈을 뜨며 한달살이까지 이어지게 됐다.
“제주의 하늘과 바다, 산은 감탄이 나올 만큼 아름다웠습니다. 거제 지형이 산지면 제주는 평지가 많아 시야가 탁 트여 개방감이 주는 여유가 참 좋았습니다. 바다도 투명하고 개끗해서 아이와 함께 물놀이를 하기도 좋았어요”
윤씨는 특히 아이가 제주 바다에서 모래를 만지고 숲속을 뛰어다니며 자연을 온몸으로 느끼는 모습을 보면서 부모로서 말로 다 할 수 없는 벅찬 기쁨을 느꼈다고 했다.
“아이가 자연 속에서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그 동안 도심 속에서 주지 못한 자유와 여유를 선물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무척 소중하게 다가왔습니다. 그 순간 아이에게 이런 환경을 더 많이 경험하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어요.”
우연치 않은 제주로의 여행은 한달살이를 넘어 제주살이를 향한 시험대로 진화했다.
“이번 한달살이에서 제주는 여행지 이상의 의미가 있어요. 제주에서 생활하며 정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기 때문이에요. 가족이 함께 겪어보고 아이의 성장 환경으로 적합한지, 가족의 생활방식과 맞는지를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한달이라는 시간이 길지 않게 느껴졌을 정도로 아이와의 시간을 알차게 보냈다는 윤씨.
“아이와 함께 등산을 하며 정상까지 오르고, 제주의 자연을 보고 느끼면서 그림 실력이 눈에 띄게 늘었어요. 말도 더 또렷해지고 표현력도 풍부해졌죠. 너무 바쁘다 보니 아이의 작은 변화를 놓칠 때가 많았는데 제주에서의 한 달은 아이의 성장과정 하나하나를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아이의 행복을 가까이서 보는 것 자체가 부부에겐 힐링의 시간이었다. 그러면서 가족으로서의 관계성도 더욱 두터워졌다.
“영유아 시기에 아빠가 떨어져 일을 하다보니 부녀 관계 형성에 걱정이 많았습니다. 한달 동안 아이와 아빠도 훨신 가까워져 그런 걱정이 완전히 사라졌어요. 또 부부 사이도 돈독해졌습니다.”
그의 남편 이정재(38)씨도 느낀 점이 많다. 이씨는 “아이가 이 한달을 기억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여기서 보고 느낀 행복감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며 “다음에 또 기회가 있다면 1년살이도 하고 싶은 제주도가 됐다”고 말했다.
그의 가족이 숙소로 선택한 지역은 제주 동쪽의 구좌읍이다. 친구의 별장이 있는 동네로 익숙한 장소를 선택한 게 결과적으로 안정감 있는 한달살이로 이어졌다.
한달살이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는 백약이오름과 비밀의숲이다. 그는 “우연히 들른 백약이오름은 아이와 단둘이 처음으로 등산을 해본 곳이라 더 특별했고, 비밀의숲은 기대 없이 방문했는데 자연에 반한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을 정도로 감동적이었다”고 전했다.
성산 오조리 조개캐기 체험도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았다.
“아이가 좋아하는 책 ‘바다로 풍덩’ 속에 등장하는 바다 생물들을 실제로 만나보는 뜻 깊은 시간이었죠. 꽃게, 조개, 보말 등을 직접 잡아보는 경험은 아이에겐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무려 다섯 번이나 다시 찾을 정도였으니까요.”
빠르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한달살이를 계기로 잠시 멈춰 서니 마음의 여유도 생기고 앞으로 다가올 40대의 삶과 아이의 성장 시기에 대한 방향성도 성찰할 수 있었다는 그.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도 힘든 일이 있을 때면 이곳에서의 시간을 떠올리며 버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 가족에게는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서로에게 집중할 수 있었던 특별한 시간이었어요. 제주에서의 아이의 웃음소리와 행복한 표정이 마음 한켠에 남아 앞으로의 삶을 더 밝게 만들어줄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