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보난 좋아마씸’ 2025 제주 한달살이⑳
수필가 엄봉애씨, 일년의 반은 제주서 사는 ‘제주살이 고수’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보물섬’…제주살이 사업 활성화 필요
은빛 물결이 춤추던 산굼부리, 4·3의 아픔을 품은 다랑쉬오름, 마을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가는 돌담….
제주의 매력을 열거하는 대신 ‘만약 제주가 없었다면…’이라는 전제로 제주의 입지를 강조하는 주기적인 한달살이 마니아 엄봉애씨.
엄씨는 “이 아름다운 섬이 우리에게 없었다면 어땠을까를 상상하면 내 땅에 대한 자부심에 더해 애국심까지 생겨난다”면서 “같은 하늘 아래 전혀 다른 기후 환경, 색다른 지역언어 등 조그맣지만 엄청나게 큰 섬이 제주”라고 말한다.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15일까지 ‘따뜻한 남쪽’ 서귀포시지역에서 한달살이를 한 엄씨는 전업주부로서 가정을 따뜻하게 보살피고, 아이들을 건강하게 길러내 이제는 오롯이 자신을 위해 호사를 누리기 충분한, 칠순을 앞둔 한 여성이다.
친구의 권유로 우연히 ㈜제주매일이 주관하는 한달살이사업에 참여했지만 사실 그 이전부터 그는 주기적으로 제주에서 한달살이, 두달살이를 해 온, 일상을 뒤로 하고 잠시 떠나기의 ‘고수’다.
거기다 최근 5~6년 사이 제주살이를 하면서 끄적거리던 글을 모아 지난해에는 ‘아무튼 제주’(도서출판 푸른향기)를 펴낸 작가이다.
물론 14년 전인 2011년 서정시학 수필부문으로 등단한 문학인이기도 하다.
10년 넘게 글쓰기 내공을 보여주듯 ‘아무튼 제주’에 실린 44편의 일화는 잔잔하면서도 평화롭고, 평범한 일상을 유쾌 발랄하게 바라보는 그의 시선 때문에 단숨에 읽힌다.
제주의 유명 관광지의 후기와 유명 맛집의 평가 보다도 더 흥미롭게 제주를 그려낸다.
고사리철 배낭 가득 딴 고사리가 먹지못하는 ‘뱀고사리’였다는 일화나 주인 잃은 버스의 감귤을 주워다 먹은 이야기. 매일 다사다난한 제주의 일상이 제주를 더욱 궁금하게 하고 그 안에서 그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제주살이가 유쾌하게 다가온다.
“일년의 반은 제주에서 살아요. 돈 없으면 한 달, 여유가 되면 두 달, 세 달 살이를 하는데 매번 떠나올 때는 어디를 가도 처음은 아니어서 재미가 없을 것 같다가도 보면 또 달라요.”
아직도 제주에 대해 설렐 일이 더 남았다는 엄씨는 “언제는 동백나무숲에 갔는데 누군가가 떨어진 동백꽃으로 하트를 만들어뒀더라”면서 “제주에 오는 사람들은 마음도 예쁘고 손도 예쁠 것 같다”고 제주를 마주하는 천진난만한 그의 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는 제주에 자주 오가는 사이 애국자이면서 도민보다 더 제주를 애틋하게 생각하게 사람이 됐다.
“정말 제주는 아름다운 섬입니다. 걷가다도 멈춰서게 돼요. 어떻게 이 섬을 그대로 보존하고 더 멋지게 가꿔서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줘야 할까를 생각하게 돼요. 간혹 누군가 물어오기도 해요. 이제는 제주를 본 것 아니냐고. 왜 또 가냐고. 하지만 제주는 들여다 볼수록 많은 것들이 남아있는 땅이었어요. 그래서 바라봅니다. 한달살이 프로그램이 더 활성화돼서 더 많은 이들이 제주를 보고 함께 보존해야 하는 데 뜻을 함께하기를요.”
엄씨는 “한 번의 감동의 두 번, 세 번, 연이어지려면 함께 노력해야 한다”면서 새마을운동까지는 아니더라도 공동체가 함께하는 환경정화, 아직도 타지역 사람들에게 남아있는 경계와 불친절 근절을 위한 노력을 요청했다.
이제 곧 다시 한달살이를 위해 떠나올 준비를 하고 있다는 엄씨는 “제주 한달살이는 도시에서 살면서 잃었던 많은 것들을 되찾거나 새로운 귀한 것들에 다시 감사하며 더욱 활기찬 삶을 영위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으로 가득찬 시간이었다”면서 “제주는 나에게 언제나 계속 아름다운 땅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