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출범, 경제적 자립‧회생 돕는 마중물 역할
금융 회생‧주거‧일자리‧복지 원스톱 상담 의미
저신용자 든든한 버팀목 ‘제주금융복지상담센터’ ②
제주지역 개인 회생 및 파산신청자 비중은 전국의 1.6%로 인구비율 1.3%보다 높은 수준이다. 도에 따르면 제주지역 채무조정 건수는 2018년 1213건에서 2023년 2930건으로 2배 이상 급증해 도내 저신용‧취약차주를 위한 채무조정 상담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 같은 현실에서 제주도가 추진 중인 금융포용지원 사업은 금융약자에게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 이와 동시에 도는 신용위기 또는 다중‧과다채무로 고통을 겪고 있는 도민들을 위해 빚을 조정, 재기를 도모하자는 취지로 제주금융복지센터를 지난 8월 5일부터 운영중이다. 센터는 도민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제주시와 서귀포시에 각각 1개소씩 설치했으며 센터장을 포함한 전문인력 5명이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이는 기존 신용회복을 위한 사적 채무를 조정해주는 신용회복위원회(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의 역할을 보완하고 공적 채무조정인 개인 회생 및 파산 신청자를 위한 상담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도는 올해 3억1000만원의 예산을 확보해 제주신용보증재단에 위탁해 채무조정 컨설팅, 개인회생 및 파산자 등을 위한 금융교육 프로그램, 종합복지 상담 등을 진행하고 있다. 10월 기준 금융종합상담 77회, 채무조정 상담 22회, 금융교육 두 차례를 진행했다.
특히 제주도와 신용보증재단, 신용회복위원회, 대한법률구조공단제주지부와 지난 8월 5일 ‘제주형 희망금융돌봄’ 업무협약을 맺고 금융복지를 위한 4개 기관 간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이와 함께 사회복지사협회와도 11월 6일 협액을 체결해 사회복지와 금융복지 지원체계 간의 연계를 강화했다.
무엇보다 금융복지상담센터는 단순히 금융뿐 아니라 주거, 일자리, 복지까지 아우르는 원스톱 상담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결국 상담센터를 통해 도민들이 새로운 희망을 찾고 미래를 다시 설계할 수 있는 기회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실제 상담센터를 통해 빚의 굴레에서 벗어날 기회도 얻은 사례도 있다. 다중채무자 A씨(13건, 9469만원)는 대리운전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중 코로나 팬더믹으로 수입이 급감해 카드 돌려막기와 대부업 대출에 의존하게 됐다. 이혼을 두 차례 겪고 재기를 위해 노력했지만 대리운전 사고로 1억4000만원 중 70%를 개인이 부담하라는 법원 판결을 받고 망연자실할 수 밖에 없었다.
삶을 포기할 수 없었던 A씨는 대리운전을 중단하고 배달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지만 계단에서 떨어져 큰 부상을 입었다. 불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과거 암 수술로 면역력이 약한 상태에서 부상까지 겹치며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었고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긴 어둠의 터널 끝에 A씨는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금융복지상담센터를 방문해 상담한 결과 파산‧면책 신청 방법을 알게 됐고 상담사들의 지원으로 일사천리로 일을 마칠 수 있었다. 현재 A씨는 상담센터 연계로 직업 전문학교인 한국폴리텍대학과 이어도자활센터를 통한 교육과정을 밟고 있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다중채무자인 B씨(10건, 1억3000만원)는 1997년 터진 IMF 시기 사업에 실패해 빚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 2009년 개인파산을 신청해 2010년 면책을 받은 뒤 소규모 무역상으로 생계를 이어갔다. 하지만 2014년 가족이 큰 수술을 받아 생활에 어려움을 겪었고 2017년에는 B씨 자신도 암 수술을 받아 경제적 부담이 가중됐다.
설상가상 비슷한 시기 홍콩에서 동업하던 중국교포가 B씨가 없는 틈을 타 사업장을 정리하고 도주하며 빚더미에 앉게 됐다. 이후 주변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 자영업을 영위했지만 경기침체와 건강악화로 매출이 급감해 사업을 중단하고 어려운 상화에 놓이게 됐다.
B씨는 금융복지상담센터와 상담한 결과 파산면책을 신청하기로 마음먹었고 센터측은 절차를 안내해 법률적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소개했다. 특히 배우자 부채 문제까지 함께 해결할 수 있도록 법률구조공단과 연계를 지원했으며 배우자 명의의 파산면책 신청도 서류 제출을 완료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지난 7일 열린 제주금융복지상담센터 개소 100일 기념식에서 “도민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정부와 지자체의 중요한 책무”라며 “금융복지상담센터를 통한 촘촘한 금융안전망을 구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제윤경 국회 민생특별보좌관은 “안 갚는 것이 아니라 못 갚는 채무자들이 사회에 복귀하지 못하면 국가 경제 전체에 부정적”이라며 “채무자들의 재도약을 돕는 것은 선진금융 사회의 필수 요소”라고 강조했다. 이어 “돈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 없이, 사회가 따뜻하게 품어주는 제주도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제주금융복지상담센터는 제주시 연북로 33(제주신용보증재단 6층)에 위치해 있다. 무료로 상담을 받을 수 있고 전화(064-750-4890) 또는 누리집(www.jfwcc.or.kr)에서 예약후 방문하면 된다. <끝>
<이 기사는 제주특별자치도청 지원으로 작성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