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을 다녀와 서울 버스터미널에 내리면 바로 대형마트가 있다. 한 주일의 장을 보려고 가면 영업이 끝나기 전 잠깐 무료 시식회가 있다. 다양한 즉석 빵을 먹고 싶게 잘라놓고는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붙잡는다. “시장하시죠? 드시고 가세요!” 그 몇 조각을 먹는다고 무슨 시장기가 채워지겠나 싶겠지마는 상냥한 아가씨의 말에 사람들은 일단
그 동안 순혈주의를 자랑해 온 대한민국 국민에 대한 유전자 검사 결과가 발표된 적 있다. 고유한 중국인 유전자가 대략 22% 그리고 일본인 유전자가 15% 정도 한국인의 핏속을 흐르고 있다 한다. 어디 이뿐이겠는가 제주의 경우 몽골 지배 100년에 제주로 표류한 외국인들, 그리고 남방인들과의 교류 등을 통해 제주만큼 다양한 유전자가 섞여 있는 지역도 없을
첫 만남부터 태평양의 강한 햇살, 흑조(黑潮)의 검은 색과 산호초의 에메랄드 빛의 원색 대비로 시선을 유혹하는 섬, 오키나와 슈리성(首里城)이다.불과 100여 년 전만 해도, 동아시아 바다의 독자적인 해상왕국 류큐. 그 슈리성은 마치 동화 속 한 장면처럼 귀엽고 아름답기만 하다. 예로부터 바다를 생활터전으로 삼던 사람들에게 바다는 정복의 대상이 아니다. 누
캐나다 퀘벡의 사회적 경제는 활기차다. 2014년 기준 3000여 개의 협동조합에 조합원은 880만 명을 웃돈다. 사회적경제가 창출하는 일자리는 7만8000개. 협동조합을 포함한 사회적 경제는 퀘벡주 전체 경제의 8~10%를 차지한다.퀘벡에서 사회적 경제가 본격적으로 부상하기 시작한 것은 1995년부터. 당시만 해도 캐나다의 경제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제주 올레길은 제주관광의 형태를 새롭게 바꾸는 계기가 됐다. 그 이전의 제주관광은 단체 등이 전세버스를 타고 지정된 숙박지, 식당, 관광지를 방문하고 가는 형태로 관광업이 제주경제와 도민들에게 밀접하게 다가오지가 않았다. 하지만 올레코스가 제주 전역에 생기면서 올레꾼들이 지역 식당을 이용하고, 민박 또는 게스트하우스나 펜션 등에 숙박을 하게 되면서 제주도민
교통질서로 대표되는 자동차 문화는 한 사회의 문화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다. 일상생활에서 교통은 공간 이동의 수단이 될 뿐만 아니라, 물류수송 등에 있어서도 핵심 분야다.하지만 날로 늘어나는 자동차로 인해 교통 및 주차 문제가 심화되고 있으며, 이는 우리 사회가 풀어야하는 최대 현안 문제로 대두됐다. 제주도는 이에 차고지증명제 확대 시행과 주차장 확충 등 해
해우소(解憂所)란 말이 참 좋다. 풀 해(解)자, 근심 우(憂)자, 즉 ‘근심을 푸는 곳’이다. 화장실(化粧室)을 달리 이르는 말이다.감사원장을 지낸 바 있는 한승헌 변호사가 제주 방문기를 쓰면서 “제일 먼저 생각나는 데가 바로 해우소”라고 하였다.제주도 하면 우선 ‘한라산’과 ‘짙
최근 제주시 비자림로 삼나무들이 수난을 당했다. 현재 915그루의 삼나무가 베어졌다. 덩달아 ‘아름다운 길’ 경관 일부도 사라졌다. 이들이 사라진 자리는 아스팔트 도로가 차지할 거며, 예전의 경관은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제주는 이렇게 조금씩, 그러다 갑자기 크게 망가질지 모른다는 걱정이 앞선다.제주 환경단체는 물
올해로 제주살이 5년차다. 그동안 제주에 살며 ‘제주살이’의 희노애락을 어느 정도 맛본 거 같다.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동네가 다 그렇듯 좋은 일도, 좋은 사람도 많았고, 나쁜 일도, 나쁜 사람도 있었다.좋은 일로는 아내와 아이들이 제주에 와서 잘 적응하고 지내는 점, 좋은 사람으로는 많은 도움을 주셨던 제주에서 새로 알게 된 분들이다.
근대 산업혁명과 증기기관 발명을 시작으로 엔진이 달린 자동차가 도로를 달리면서부터 교통문제가 시작된다. 오늘날 세계 다수의 도시들은 자동차 홍수로 인해 승차·소통·주차난의 3대 교통문제를 안고 있다.교통 혼잡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제주도는 대중교통체계를 획기적으로 개편, 시행한지 1년이 되었다. ‘편하고 빠르고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올해 대비 10.9%) 발표로 최저임금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OECD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 다음으로 임금불평등이 심각한 나라다. 열심히 일해도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워킹푸어’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저소득 젊은이들이 연애·결혼·출산의 꿈을 포기하고
북측 언니 리숙희 씨를 만난 남측 이후남 씨는 즉석에서 편지를 썼다. “우리 큰 언니 평생 동안 잘 모셔 정말 고맙네.” 북측 언니도 몸이 불편해 이번 행사에 참여하지 못한 사촌 언니에게 편지를 남겼다. “언니야. 반세기 동안 혈육 소식을 몰라 하다가 북남 수뇌 배려로 이렇게 상봉이 마련돼 이 기쁨을 어떻게 표현할지 모르겠구
우리나라에서 개발행정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후반이다. 산업화 사회가 본격 도래해 공장부지 조성 또는 정부 주도의 공공사업을 추진할 필요성이 제기되면서부터다.그 이전에는 행정이 사유재산을 강제 수용해 공공사업을 추진하는 것 자체가 생소했다. 더욱이 획일성을 강조하는 군사문화가 행정을 압도했던 당시로서는 이해관계인의 의견 청취절차를 거치는 것은
제주성지에 복원된 향현사를 다시 찾았다. 이번에도 향현사의 문은 닫혀 있었다. 자그마한 사당에 세 개의 문이 설치되고, 문마다 자물쇠를 꼭꼭 채웠다. 한성판윤을 지낸 고득종 선생과 한양에서의 벼슬 대신 제주에서의 훈학활동에 헌신한 김진용 선생을 모셨다는 향현사. 오늘도 두 분을 뵙지 못한 아쉬움으로 닫힌 문에서 닫힌 행정을 떠올렸다.향현사가 열린다면 어떤
제주 서남쪽 대정(大靜) 마을에 ‘아래쪽 너른 들판’이라는 뜻의 알뜨르가 있다. 척박한 제주 땅에서 너른 들이 있는 지역은 농사로 생활이 가능했으니 그 중에서도 특히 대정은 알뜨르가 있어 윤택한 곳이었다.그런데 이런 부유하고 아름다운 대정에는 어울리지 않게 오랜 시간 방치된 시멘트 축조물들이 남아있다. 나는 지난해 이것들을 마주했던 처
요즘 도내에서 중국계 자본이 투자되는 영리병원(녹지국제병원)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현재 우리나라 의료 형태는 법률적으로는 공공 독점이 아니다. 이미 대부분의 의료 서비스는 사유 독점돼 있다. 의료서비스가 사유 독점으로 변하면 국가 차원의 가격통제가 존재하지 않으며, 소비자는 공급자인 의료기관이 정하는 대로 의료서비스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이러한 의료서비스
제주형 대중교통 정책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제주도가 제주국립박물관에서 노형 월산까지, 아라동에서 제주대병원까지 10.6km 구간에 대해 추가적으로 버스 중앙차로제를 추진키로 하면서다. 지난해 일부 구간에 버스 중앙차로제가 첫 도입되면서 버스 통행시간이 짧아졌다고 한다. 하지만 도로 폭이 좁은 지역에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면서까지 이를 추가 시행해야 하는지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해 8월부터 카페 내 1회용품 사용 규제가 시행되고 있다.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에 따라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 등에서 음식물을 판매할 때는 다회용 컵 권유, 텀블러 사용 시 할인 혜택, 협약 홍보물부착 등을 시행해야 한다. 1회용 컵 사용 적발 시 벌금도 부과된다. 환경부는 업계의
한라수목원이나 한라생태숲을 운동하다보면 가리개로 얼굴을 감싸고 시커먼 선글라스를 착용한 사람들을 자주 만난다. 운동이 건강에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데 왜 해님을 그토록 차단하여야 하는 걸까? 태양빛이 면역력을 높이는데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당췌 모르는 꼴불견이다.최근 사상 최악의 폭염이 지속되는 가운데 건강을 염려하는 각종 정보가 쏟아지지만
이달 초부터 제주도 안팎에서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 거리가 되고 있는 비자림로 삼나무 숲 에피소드는 공공재(public goods)의 딜레마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도로가 예쁘고 삼나무가 예쁘면 그만인가? 세금만 내는 삼나무 숲 토지주들에게 공기(空氣)세를 지불하고 토지를 팔지 말라고 하던지, 아니면 통행료 징수를 할 수 있게 해주던가.&rd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