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보난 좋아마씸’ 한달살이③…김소영·심은주·이경희씨
은퇴 후 제주 비중 높여 ‘인생 CPR 여행 꾸러미’ 제작 희망
뚜벅이 여행 불편 여전…이주민 배려한 제도 등 구체화 제안
이들은 같은 직장에서 25년 이상 함께 근무하며 이제는 동료를 넘어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친구’가 돼 버렸다. 이들은 2010년부터 기회만 되면 함께 제주를 걷고 누벼왔고, 각자가 애정하는 장소를 존중하며 부담 없이 제주매일이 마련한 한달살이에 도전했다.
김소영, 심은주, 이경희 씨는 “고단했던 바쁜 일상을 잠시 접어두고 최상의 자연스러움 가운데 감동하며 힐링 될 수 있는 곳을 찾아다녀 보자는 취지의 여정이었기에 매 순간, 모든 장소가 소중했다”며 “함덕해변에 머물면서 밤 바다를 즐기고, 이른 아침 바다 조깅과 산책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고 기억했다.
이들은 비자림, 머체왓숲길, 올레 18코스의 석양, 이호테우해변과 차귀도 바다의 일몰, 영실코스 병풍바위에서의 일출까지 제주의 속살을 오롯이 느꼈다. 김씨는 “친구들 각자마다 감동의 정수는 달랐지만, 감탄사가 곧 삶의 치유라는 공통적 가치관을 가진 우리들에게 제주에서의 모든 장소가 곧 힐링이었다”며 “이미 모든 시간들이 좋다는 결정 안에서 시작된 여정이었기 때문에 제주에서 우리들의 모든 순간들은 최상이 아닐 수 없었다”고 엄지를 치켜 세웠다.
김씨와 친구들은 1년에 최소 4번 이상 제주를 오가는 자칭 타칭 ‘제주러버’들이다. 그만큼 제주를 향한 갈증이 늘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었던 터라, 제주를 떠날때면 아쉬움으로 다시 제주로 ‘체크인’할 날짜를 헤아리곤 했다.
김씨는 “이번 한달살이를 하면서 은퇴 후 시간의 여유가 많아진다면 제주살이 8, 육지살이 2의 비율로 살아가며 우울하고, 외롭고 고단한 이들의 삶이 감동으로 피어나는 인생 CPR 여행 꾸러미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잠깐 실습해 보았다”고 웃음지었다.
김씨는 가장 자연러움과 멋스러움, 과거 보다 개선된 교통시스템, 저렴한 교통비 등을 좋았던 점으로 꼽으면서도 “그러나 여전히 도시에 비해서는 너무 이른 시간에 버스가 끊기거나 뚜벅이로서 여행하기에 긴 버스 배차 등은 아쉬움이 있었다”며 “서울시티투어 버스처럼 제주투어버스가 조금 더 대중화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김씨와 친구들은 이 같은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행복한 추억이 많은 곳에 길게 머물고 싶다는 바람은 변함이 없다”며 “그러나 ‘일’이 없이 제주에서 계속 머물 수 있을까 라는 매우 현실적인 질문 앞에선 머뭇거리게 된다”고 입을 모았다. 김씨는 “은퇴 후 소속감이 곧 자존감일 수도 있으니, 제주 지역사회에서 이주민들을 배려한 제도 등이 구체화된다면 좋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아이디어로 △기간제, 시간제 일자리 알선 △공동체 소모임 활성화 등을 제안했다.
김씨는 이번 제주 한달살이를 통해 “뻔한 여행지에서 예측 가능한 관광상품을 홍보하기 보다 다양한 방법의 제주 홈스테이 체류형 관광을 상품화한다면 좋을 것 같다”며 “귀한 손님에게 우리 집에서만 줄 수 있는 소박하지만 최선의 것으로 대접했을 때의 그 느낌이야말로 다시 제주를 찾게 되는 선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당부했다. 무엇보다 김씨와 친구들은 △성읍민속마을의 지나친 상업적 느낌 △다소 부담스러운 입장료의 관광지 △여전히 관광객들이 느끼는 비싼 물가 등은 아쉬웠다고 토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