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보난 좋아마씸’ 2025 제주 한달살이 ⑨ 김현숙·민영심

‘뚜벅이’ 생활로 걸었던 고생길 도민들 친절 덕분에 ‘사르르’

“여행지 아닌 생활 공간으로서 제주를 바라본 특별함” 호평

‘2025 제주 한달살이’ 참가자인 김현숙씨와 민영심씨의 한달살이 기록. [사진=김현숙씨]
‘2025 제주 한달살이’ 참가자인 김현숙씨와 민영심씨의 한달살이 기록. [사진=김현숙씨]

 

“제주도에서 불친절한 경험담이 종종 매스컴에 올라오지만, 우리는 너무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 ‘제주도는 살기 좋은 곳이다’라는 인식이 생긴 것도 큰 성과다”.

지난달 제주도에서 한달살이를 마친 김현숙씨(69)와 민영심씨(63)는 그동안의 경험에서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로 이를 꼽았다. “넓은 바다와 우거진 숲에서 마음의 평안함을 얻은 것”과 함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제주도 도착날부터 여정이 여의치 않았던 김씨와 민씨는 ‘뚜벅이’ 생활은 제주도 사람들의 따뜻한 인심으로 아쉬운 부분을 채웠다.

9월 1일 밤 제주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두 사람은 서귀포시 성산읍 신산리에 잡은 숙소까지 가는 길부터 고생길이었다. 어렵게 잡아탄 급행버스는 해안도로를 빙 둘러 갔다. 그마저도 목적지를 두 정거장 앞두고 고장나 내려야만 했다.

숙소에 전화하니 감사하게도 사장이 ‘특정 지점까지 태우러 가겠다’고 제안했지만 두 사람은 택시를 탔다.

첫날의 고생은 다음날 5분 거리에 있는 바다를 찾으면서 상쇄가 됐다. 김씨는 “(다음날 아침) 밥을 먹고 ‘우리, 바다 가자’ 하고는 바다를 갔다. 둘이 ‘좋다’ 그러면서 저 뒤까지 걸어갔다”며 웃음을 보였다.

제주 인심 경험 사례는 또 있다.

김씨는 “택시를 잡는다고 서 있으니까 (자주 이용했던) 식당 사장이 ‘버스 정류장까지 3분 거리’라면서 태워다 주더라”, “감귤 체험을 하는 곳에서 ‘여기는 감귤 체험 어떻게 하는 것이냐’고 물었더니 ‘들어오라’면서 커피를 사주고, 귤도 따서 먹으라고 주더라”고 전했다.

이런저런 고마운 이들의 따스한 대접에 “한 달 살면서 좋은 감정이 많이 생기더라”고 할 만큼 많았다.

‘2025 제주 한달살이’ 참가자인 김현숙씨와 민영심씨의 한달살이 기록. [사진=김현숙씨]
‘2025 제주 한달살이’ 참가자인 김현숙씨와 민영심씨의 한달살이 기록. [사진=김현숙씨]

한 달의 제주살이, 두 사람이 가장 좋아한 건 사려니숲길처럼 자연 속 트레킹이다. “길게 이어진 숲길을 걷다 보면, 바람과 흙냄새, 그리고 친구와 나눈 대화가 하나의 풍경처럼 어우러졌다”면서 “잊지 못할 순간”으로 남았다.

제주도에서 먹은 음식 역시 두 사람에겐 “제주살이의 큰 즐거움”이었다. 보말 비빔밥, 갈치구이, 솥밥 등 “제주만의 특별한 음식”을 먹으며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문화와 전통을 맛보는 경험”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또한 “현지 식당에서 만난, 소박하지만 정성 가득한 음식들은 바쁜 도시 생활 속에서 잊고 지냈던 ‘먹는 즐거움’을 다시금 일깨워줬다”고 평가했다.

제주 한달살이를 통해 느낀 점으로 두 사람은 “여행지가 아닌 생활의 공간으로서 제주를 바라본 특별함”을 최고로 꼽았다. “관광객의 시선이 아닌, 잠시 사는 이의 눈으로 바라보니 매일의 일상 속 작은 순간들이 더 크게 다가왔다”고 덧붙였다.

제주도민 입장에선 지극히 평범할 수 있는, “장을 보러 가는 길의 여유, 버스를 기다리며 느낀 한가함, 해가 지는 저녁의 바닷가 풍경 모두가 소중한 추억”으로서 매우 특별함을 느끼게 했다.

‘2025 제주 한달살이’ 참가자인 김현숙씨와 민영심씨의 한달살이 기록. [사진=김현숙씨]
‘2025 제주 한달살이’ 참가자인 김현숙씨와 민영심씨의 한달살이 기록. [사진=김현숙씨]

한달살이 끝에 제주도 이주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김씨는 “(이주)해 볼 생각은 있긴 한데, (읍면 지역은) 여행을 다니고, 시(동 지역)에서 살아야겠다”고 했다. 이젠 추억이 되긴 했지만 버스와 택시만으로 다니기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민씨는 “제주도로 이주하고 싶은데 애들이 반대해서 못했다”며 “설득하는 중”이라고 했다. 반대 이유는 “내가 나이를 먹어서 아프면 자기네들이 빨리 올 수 없어서”라고 설명했다. 민씨는 이어 “근데 나는 그냥 제주도가 너무 좋으니까 살고 싶다. 계속 얘기를 하고 있는데 아직은 결정을 못했다”고 덧붙였다.

같은 지역에서 30년이 훨씬 넘게, 요양보호사라는 직업까지 공유하며 인연을 이어온 두 사람은 이번 한달살이를 통해 언니와 동생으로서 유대감을 더욱 굳히는 계기로 삼으며 ‘한 달간의 나를 찾는 여정’을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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